혜곡의 뜰에서
최순우 글과 현윤애 그림 展
- 일시:2025.7.8~8.31 (화~금요일 13:00~19:30, 토~일요일 13:00~18:00)
※ 현윤애 작가와 만남: 7.12(토) 16시 [예약하기]
“온 세상에 가득 차 있는 자연과 조형의 아름다움을 자기의 안목이 어느 만치 가늠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어느 만치 간절하게 느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즐거움이 크게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
혜곡최순우기념관은 <혜곡의 뜰에서-최순우 글과 현윤애 그림> 전시를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개최합니다.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1916~1984)은 한국인의 심성과 우리 문화에 깃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수많은 글과 전시로 한국미를 알렸습니다. 선생의 자취가 남은 ‘최순우 옛집’은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져 한국미를 아끼는 이들이 소중한 인연을 맺고 이어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최순우 선생의 글을 읽으며 한국미에 눈을 뜬 현윤애 작가는 십오 년 전 어느 날, 자원활동가로 최순우 옛집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옛집에서 사계절을 세 번 보내며 몸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최순우 선생의 안목이 배어들었습니다.
옛집 마당의 식물을 한 점 한 점 연필로 찍어 그리고, 최순우 선생의 글을 떠올리며 문화유산을 그렸습니다. 만나는 이들에게 최순우 옛집을 알리고, 함께 지켜나가자고 손을 이끌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최순우 선생의 글과 현윤애 작가의 그림, 최순우 옛집 사진을 통해 한국미의 아름다움을 찾는 마음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평생에 걸쳐 한국미를 사랑한 최순우 선생의 뜻이 우리에게 이어져 달팽이책방에서 또 다른 한국미를 꽃 피우길 바랍니다.
[작가의 말] 혜곡의 뜰에서 스스로 그러하게 - 현윤애
15년 전 겨울 어느 날,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최순우 옛집 계단을 올랐다. 자원봉사를 하기로 한 이유는 단순했다. 한국문화에 눈을 뜨게 해준 최순우 선생께 감사의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끔 옛집을 방문할 때 먼지가 눈에 뜨여 마루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라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옛집이 당시에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옛집 문을 들어서며 ‘선생님, 저 왔습니다!’ 인사하고 마루에서 안방, 사랑방, 툇마루를 걸레질한 후 뒤뜰에 사시사철 피어나는 꽃들을 마냥 바라보았다. 겨울 휴관에 들어가면 적막해진 옛집에서 사랑방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야 ~~ 좋다!’며 한참을 쉬곤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누구도 누릴 수 없는 특권을 누리며 3년을 보냈다.
최순우 옛집의 자원봉사 3년 동안 집안 곳곳을 쓸고 닦으며 선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틈만 나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큰소리로 읽고, 마침내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술술 외워버린 그 순간의 후련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리움에 지친 듯 해슥한 얼굴....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 사무치는 고마움.... 등의 아름다운 문장을 접하며 가슴이 먹먹해져 울먹이던 그때가 새삼 그립다.
50년을 넘게 살던 서울을 떠나 구례로 귀촌하며 최순우 옛집의 자원봉사도 마무리되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훤히 보이는 곳에 집을 짓고 갤러리 척을 운영하며 10년이 지났다. 구례에서 최순우 옛집과의 인연이 끊어질까 조바심했다. 그래서 잊을만하면 안부 전화하고, 가끔 회원모집 했다고 연락하고, 연말 연하장 보내고, 일 년에 한두 번 친정집 들르듯 도장을 찍었다. 2018년 가을 갤러리 척에서 〈한국의 미를 세계 속에 꽃피운 혜곡 최순우 선생을 생각하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전시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15년 넘는 인연이 이어져 2025년 여름,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혜곡의 뜰에서 - 최순우 글과 현윤애 그림전>을 전시하게 되었다. 최순우·현윤애 이름이 나란히 쓰여있어 더욱 기쁘고 감사하다. 최순우 선생 살아생전 일면식도 없었으나 옛집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모든 존재가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고, 그 인에 그 과로 명확히 이어지는 인연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새긴다. 더욱 착하게 살아야겠다.
처음 자원봉사를 하려고 옛집 계단을 오를 때 설레는 마음을 떠올리며, 앞으로 최순우 옛집을 통해 어떤 인연이 이어질지 기대한다.
현윤애어린이 책과 잡지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 혜곡최순우기념관에서 자원봉사를 꾸준히 하였습니다. 10년 전 구례에 정착, 작은 미술관 ‘갤러리 척’을 운영하며 주변에서 만나는 새로운 이웃과 자연을 담아내는 그림을 그립니다.쓴 책으로 『구례 그림 에세이, 저 너머엔 다른 꽃이 필까』 (박수현 글, 현윤애 그림, 2024), 『박물관이야기』(2003)가 있습니다.* 전시2025.05.22~09.06| 제주올레: 홀로 길을 걷다, 내 영혼을 만나다|주프랑스한국문화원2024.06.14~27|다정히 엿보다|갤러리척2024.01.17~2.04|혼자 걸으며 나는 내 마음을 만난다|아무튼책방2022.12.16~25|지리, 길에 서다|갤러리척2020.06.20~30|구례에서 스스로 그러하게|갤러리척2013.09.6~16|스스로 그러하게|자연드림 신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