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활용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7) 김정은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7) 김정은
권진규 아틀리에 창작공간 작가 인터뷰 
⑦ 김정은

2022년 작가와 한 인터뷰를 정리한 글입니다.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wtdHaRjwE8I)


장소와 장소의 경로

셀프 매핑(Self Mapping)을 타이틀로 한 ‘이동의 조각들’이라는 작업을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이동을 기록하면서 그것들을 계속 수치화, 데이터화 함으로써 만드는 입체적인 작업입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상력의 공간, 지리적인 상상력의 공간을 만들고 연출한 작품을 설치합니다.
지도는 그 자체로 봤을 때 평면적인 매체입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입체적인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고민했는데요, 기록들을 쌓아가며 플랫한 공간이 덩어리진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드로잉 과정들을 접하고 이동의 조각들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하루의 이동 경로를 지점과 지점을 연결해서 도형화를 시키고, 그 도형들을 하루 이틀 삼일 계속 시간이 축적된 레이어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이동 조각들을 만들게 된 것이죠.
저는 작가이기 전에 엄마이면서 예술가입니다. 균형을 잃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제가 일상적으로 다니는 장소를 찍어가면서 드로잉을 해보았습니다. 멈춰있는 시간들, 머문 지점을 돌이켜 보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위치를 확인하려고요. 구글 맵에 제가 다녔던 장소와 장소의 경로들이 만들어지고 그 경로들이 하나씩 쌓여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작업으로 한 번 만들어보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동의 조각들’은 1년으로 따지면 12개의 조각품이 됩니다. 작은 돌과 같은 ‘이동의 조각들’은 모양이 다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데 늘 왔던 이동의 경로이지만 그 때, 그 날의 시간, 어떤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느낌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이동의 조각들’을 추상적인 다면체로 바꾸는 작업이 대표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에서 보낸  시간

아틀리에 면접 볼 때 최선을 다해서 내가 했던 작업을 충실히 성실히 답을 하자라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어요. 제 작업을 궁금해하시는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눈빛이 기억이 나요. 아틀리에에서 작업할 수 있게 뽑아주시고, 좋은 터에서 좋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조형, 조각 작업을 하다 보니까 아틀리에 계단에서 무거운 짐을 오르고 내리고 할 때가 좀 힘들었어요. 그래서 택배로 재료 주문을 받을 때도 어려움이 있어서 집에서 택배를 받아서 조금씩 소분하듯이 나눠서 가방이나 쇼핑백에 틀고 올라가곤 했어요.
그때 지인 분들이나 선생님들께서 오시면 “여기서 어떻게 혼자 작업을 하냐”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저는 혼자 있다는 생각을 안 했어요. 가끔씩 여기에 노크도 하고, 재미있게 작업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가끔씩 오는 고양이가 쥐 한 마리를 놔두고 갈 때도 있었어요. 제가 준 멸치에 대한 답례였나봐요. 그리고 항상 레지던시 입주하기 되면 지인 분들이 선물을 주셨는데, 아틀리에에 있을 때는 행운목이랑 아이리스를 받았습니다. 아틀리에에서 시간을 같이 보낸 저의 반려식물, 반려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조용한 공간이다보니 집중도 높은 작업이 많이 나왔고,  그래서 아틀리에에 있던 시간을 되돌아 보면 더 못한 작업이 생각나서 아쉽기도 해요. 어떻게 보면 영감이 곳곳에 숨어있는 그런 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고, 작업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던 장소였던 것 같습니다. 감사한 공간에서 작업을 잘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작업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

입주 기간동안 했던 ‘블루 닷(BLUE DOT) 시리즈’라는 작업에 ‘시간의 조각들’이  등장을 하게 됩니다. ‘블루 닷’은 칼 세이건이 말한 ‘Pale Blue Dot(창백한 푸른 점)’에 착안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을 따와서 제가 다니는 지점에 지점이 ‘푸른 점’이라고 명명해서 블루 닷 시리즈의 작업들을 진행하였습니다.
블루 닷 시리즈 작업은 아크릴 원형의 푸른 구조체가 움직이는 키네틱적인 조각을 재현하면서 제가 다닌 이동의 지점과 지점을 계속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형태의 조형 설치 작업입니다. 이런 조형상의 설치 작업들과 더불어 ‘시간의 조각들’이 곳곳에 있는데 그 시간의 조각들은 저의 이동의 하나의 표적이 되어서 이동의 지점과 지점을 알리는 조형적인 공간적 설치 작업이었습니다. 밤에 작업실을 나올 때  건물과 건물 틈사이에서 아파트 불빛이 보이고 밤에 조명이 꺼져 있을 때 멀리서 보이는 불빛을 봤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작업의 하나의 핵심적인 요소로도 작용했죠. 
오픈스튜디오는 미아리 고개 하부 공간 ‘미인도’에서 전시를 할 때였습니다. 작업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좋았고, 제 작업의 스케일적인 모습을 좀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아틀리에를 모르던 관람객, 미인도 전시를 모르던 관람객이 다른 공간을 알게 되는  효과도 있었고요. 이 작품은 얼마 전에  새롭게 구상하고 설치하여 아틀리에 입주 선배이기도 한 윤주희 작가가 운영하는 범일운수종점tiger1 ‘어디로드-6월’이라는 전시에서 다시 소개되었습니다. 

주변을 보면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많고 그런 환경들을 접할 때마다 아틀리에가 이후에도 계속 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머물러서 그런 것만 아니라 곳곳에 권진규 선생님의 어떤 숨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하나하나가 작품이고 하나하나가 그 분의 흔적인데 그 흔적과 그런 어떤 예술의 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숨들이 이후에도 계속 보여졌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그래서 권진규 아틀리에 공모가 나올 때마다 주변에 홍보를 합니다. “이곳에 한번 내보도록 하여라” 하고요(웃음). 혼자 있다보니 네트워크에 대해 묻는 분들도 있는데, 작가가 여럿이 있는 것도 좋긴 하지만 한편으로 혼자 있으면서 네트워킹을 내가 마련하고 만들어 보는 공간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오픈스튜디오도 하고, 이후에도 작가들끼리 교류하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해 봅니다.
최근에 SNS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활성화되면서 다른 작가분들 전시 소식도 접하게 되고, 내셔널트러스트 활동도 알게 되었는데요. 같은 공간을 경험했던 작가분들 활동을 보니까 반갑고 기뻤어요.
그래서 권진규 아틀리에의 장소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전시를 다 같이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됐어요. 예를 들어 이곳이 권진규 선생님의 작업실이면서 과거에 교차됐던 공간들이 현재랑 맞물려진 공간이잖아요. 그런 지점들을 다른 작가분들과 얘기하면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살려 보고자 하는 그런 형태의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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